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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조용히 관상동맥 막힐 수도"… 첫 증상이 심근경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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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7월

심장은 하루 약 10만 번을 뛰며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쓰는 장기다. 이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 그 아래 심장 근육은 몇 분 만에 손상되기 시작한다.

관상동맥이 특히 위험한 것은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다른 장기와 달리 관상동맥은 한 곳이 막혔을 때 대신 피를 보내 줄 우회 혈관이 거의 없다. 그래서 큰 줄기 한 곳만 막혀도 그 아래 넓은 범위의 심장 근육이 한꺼번에 위험에 빠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오랫동안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관상동맥을 좁히는 동맥경화는 대개 20~30대부터 서서히 시작되지만, 혈관이 상당히 좁아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 환자는 생애 첫 증상이 곧바로 심근경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위험하지만,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면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대한심장학회와 함께하는 '의미심장(心臟)' 시리즈 다섯 번째 편에서는 순환기내과 송영빈 교수(삼성서울병원)와 함께 관상동맥이 막히는 과정부터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 증상이 없을 때 위험을 가늠하는 검사와 막힌 혈관을 되살리는 치료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전 기사
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심장과 혈관을 어떻게 손상시킬까 ④ [의미심장(心臟)]

관상동맥, 우회 혈관 적고 산소 소모 많아… 막히면 몇 분 만에 손상 시작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이 막히는 것은 다른 장기의 혈관이 막혔을 때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송영빈 교수는 그 이유를 세 가지 구조적 특성으로 설명했다.

첫째, 관상동맥은 막혔을 때 대신할 혈관이 거의 없다. 몸의 많은 부위는 한 혈관이 막혀도 옆 혈관이 우회로 역할을 한다. 반면 심장 근육의 혈관은 이런 곁가지 연결이 적어, 한 곳이 갑자기 막히면 그 아래 근육으로 피가 거의 가지 못한다.

둘째, 심장은 예비 여력이 적다. 심장은 하루 약 10만 번 뛰며 몸에서 산소를 가장 많이 쓰는 장기여서, 평소에도 관상동맥에서 산소를 거의 최대치로 뽑아 쓴다. 그래서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

셋째, 피를 공급받는 시점이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장기는 심장이 수축해 피를 짜낼 때 혈액을 공급받는다. 관상동맥은 반대로 심장이 이완하는 순간(이완기)에 주로 피를 받는다. 그래서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무리하면 오히려 관상동맥이 피를 받을 시간이 줄어든다.

송 교수는 "이 세 가지가 겹치기 때문에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 그 부위 심장 근육은 몇 분에서 수십 분 안에 손상되기 시작한다"며 "넓은 범위가 한꺼번에 멈추면 심장이 펌프 역할을 하지 못해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30대부터 쌓이는 '죽상판'…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
관상동맥을 막는 출발점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개 20~30대부터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혈관 벽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혈관 가장 안쪽에는 내피(內皮)라는 얇은 막이 있다. 고혈압과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등이 이 막을 조금씩 손상시키면 혈관 벽의 방어막에 틈이 생긴다. 그 틈으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이 혈관 벽 속으로 파고들어 쌓이고, 안에서 산화돼 변질된다.

몸은 이 변질된 콜레스테롤을 없애려고 대식세포(大食細胞)를 보낸다. 대식세포는 콜레스테롤을 잔뜩 먹은 뒤 지질을 머금은 거품세포로 변한다. 이 세포가 쌓여 동맥경화의 초기 형태인 지방 줄무늬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면 이 지질 덩어리 위를 섬유질 성분이 덮어 단단한 섬유막을 이루고, 그 안쪽에는 물렁한 지질 핵이 고인다. 이 덩어리 전체를 죽상판(플라크)이라 부른다. 세월이 흐르면 죽상판이 커지며 혈관 통로를 좁히고, 일부는 칼슘이 침착돼 단단하게 굳는다. 이 과정을 석회화라 하며, 석회화 정도는 CT로 측정할 수 있다.

송영빈 교수는 "내피 손상, 콜레스테롤 침투, 대식세포의 축적, 섬유막을 갖춘 죽상판 형성, 성장과 석회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된다"고 짚었다.

70~80% 좁아진 혈관보다 위험… '불안정한 죽상판'이 심근경색 부른다
같은 죽상판이라도 성격에 따라 위험이 크게 갈린다. 송영빈 교수는 죽상판을 안정된 것과 불안정한 것으로 나눠 설명했다. 안정된 죽상판은 겉을 싸는 섬유막이 두껍고 단단하며 석회가 많이 낀 형태다. 잘 터지지 않는 대신 크기가 커지면서 혈관 통로를 서서히 좁힌다. 이런 경우 계단을 오르거나 무리할 때만 잠깐 가슴이 조이는 안정형 협심증으로 나타나기 쉽다.

반면 불안정한 죽상판은 섬유막이 얇고, 안쪽 지질 핵이 크며, 염증 세포가 많은 형태다. 어느 순간 섬유막이 찢어지면 그 자리에 혈전(血栓)이 빠르게 뭉쳐 혈관을 완전히 막는다. 이것이 심근경색이다.

주목할 점은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와 얼마나 위험한지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70~80%까지 크게 좁아진 혈관은 오히려 섬유막이 두껍게 굳어 안정된 경우가 많다. 반대로 30~40%밖에 좁아지지 않아 검사에서 대수롭지 않아 보이던 죽상판이 얇은 섬유막 탓에 어느 날 터지기도 한다. 실제로 심근경색의 상당수는 그리 많이 좁지 않았던 혈관에서 발생한다.

송 교수는 "'얼마나 좁은가'만큼이나 '얼마나 잘 터질 죽상판인가'가 중요하다"며 "죽상판이 불안정해지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높은 콜레스테롤과 흡연이기 때문에 평소 콜레스테롤 관리와 금연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좁아진 정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죽상판을 안정시켜 터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쉬는데도 가슴 조이면 응급… 협심증 '불안정형'은 심근경색 직전 신호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병이 협심증이다. 협심증도 죽상판의 성격에 따라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뉜다.

안정형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진 정도가 대체로 일정하게 고정된 상태에서 나타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운동이나 계단 오르기처럼 심장이 피를 더 필요로 할 때만 공급이 부족해져 가슴이 조인다. 통증은 쉬거나 약을 쓰면 대개 몇 분 안에 가라앉아, 언제 아플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죽상판이 살짝 터지고 그 위에 혈전이 생겼다 줄었다 하는 상태다. 가만히 쉬는데도 통증이 오거나, 최근 며칠 사이 통증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심해지며, 예전보다 적은 활동에도 나타난다. 송영빈 교수는 이를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직전의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조금만 더 커져 혈관을 완전히 막으면 곧바로 심근경색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불안정형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으로 묶어 지체 없이 병원에서 치료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게는 서양인보다 뚜렷하게 흔한 형태도 있다. 변이형 협심증(연축성 협심증)은 죽상판으로 길이 좁아진 것이 아니라 혈관 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해 피가 통하지 않는 병으로, 눈에 보이는 콜레스테롤 침착이 거의 없어도 생긴다. 주로 자정에서 이른 아침 사이 쉬고 있을 때 나타나며, 과음한 다음 날 새벽이나 흡연, 심한 스트레스가 흔한 유발 요인이다. 따라서 금연과 절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관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는 칼슘차단제 등으로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경련이 오래가면 심근경색이나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피 줄면 회복, 완전히 끊기면 괴사… 심근경색은 시간·위치가 좌우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심장 근육에 피가 줄었는지, 완전히 끊겼는지에 있다.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 피가 부족하지만 완전히 끊기지는 않은 상태다. 산소가 모자라 통증이 나타나지만 심장 근육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쉬거나 혈류를 늘려 주면 근육이 원래대로 회복된다.

심근경색은 혈전으로 혈관이 완전히 막혀 그 아래 근육에 피가 전혀 가지 않는 상태다. 산소 공급이 끊긴 심장 근육은 시간이 지나면 되살릴 수 없이 죽어 흉터로 남는다. 손상이 되돌릴 수 있는 단계인지 아닌지가 두 병을 가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혈관이 막히면 심장 근육은 안쪽 깊은 층부터 죽기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바깥쪽으로 괴사 범위가 넓어진다. 몇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으면 상당 부분을 살릴 수 있지만, 늦어질수록 죽는 근육이 늘어난다. 심근경색에 골든타임이 강조되는 이유다.

막힌 위치도 예후를 좌우한다. 관상동맥은 큰 줄기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데, 시작 부위에 가까운 큰 줄기가 막히면 그 아래 가지 전체가 한꺼번에 피를 잃어 넓은 범위의 근육이 동시에 멈춘다. 그래서 심장 앞면에 피를 공급하는 좌전하행지의 시작 부위나 그보다 위쪽 좌주간지가 막히는 경우가 특히 위험해, 병원에 닿기 전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증상 없을 땐 '칼슘 점수'로 위험 예측… 스텐트로 넓혀도 '완치' 아니다
막힌 뒤의 결과가 시간과 위치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증상이 없을 때 미리 위험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관상동맥 질환은 혈관이 꽤 진행될 때까지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 위험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검사가 관상동맥 칼슘 점수(CAC)다.

이 검사는 방사선량이 매우 적은 CT로 심장을 촬영해 관상동맥 벽에 낀 칼슘의 양을 점수로 매기는 방식이다. 동맥경화가 오래 진행될수록 칼슘이 끼기 때문에, 칼슘의 양은 그동안 쌓인 동맥경화의 총량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된다. 점수가 0이면 향후 수년간 심장 사고 위험이 매우 낮고,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이 올라간다.

칼슘 점수는 콜레스테롤·혈압·당뇨·흡연·가족력 등으로 위험이 중간 정도여서 약을 시작할지 망설여지는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 반면 이미 가슴 통증이 있다면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CTA) 등으로 좁아진 정도를 직접 확인한다.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는 증상과 위험도에 따라 달라져 의료진과 상의해 정한다.

이렇게 확인된 막히거나 좁아진 관상동맥을 되살리는 치료는 크게 세 가지다. 혈전을 막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죽상판을 안정시키는 약물 치료가 모든 치료의 바탕이다. 여기에 좁아진 부위를 넓혀 그물망(스텐트)으로 받쳐 주는 스텐트 시술(PCI), 막힌 구간 옆에 다른 혈관을 이어 우회로를 만드는 관상동맥우회술이 환자 상태에 따라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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